'미네르바 사건' 같은 건 관심도 별로 없는데 오늘 자 신동아 2월호에 나온 '미네르바는 금융계 7인 그룹 박대성은 우리와 무관'이라는 기사에 나온 "IP 조작 이야기"를 보고 IT 전문가 이렇게 없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우선 미네르바는 211.178.***.189 혹은 211.49.***.104라는 IP 주소로만 글을 썼다고 한다. 아고라에서  필명(다음 ID)과 아이피 주소로 글쓴이가 미네르바인지 아닌지 확인 했다고 한다. 아고라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본인 확인제에 따라 실명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아이디는 박대성의 주민 번호로  인증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IP 주소는 SK 브로드밴드(구, 하나로통신)의 IP 주소이고 한국 NIC에 등록된 주소이다. (물론 256개의 C클래스에서 다른 통신사일 가능성은 있으나 대개 통신사용 IP 주소는 대개 B클래스에 할당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로 통신 관할 IP'라는 건 의심할 나위가 없다.)

다행인 건 사용한 IP 주소가 소유자가 위장을 위해 사용하는 자주 이용되는 해외 프록시 서버가 아니라 국내 관할에 있기 때문에 의외로 해답은 간단하다.

1) 하나로 통신 정적 IP를 쓴 경우: 파워 IP 제도 이용자로 바로 인적 사항이 노출 되기 때문에 쉽게 잡을 수 있다.
2) 하나로 통신 동적 IP를 쓴 경우: IP 주소 뿐만 아니라 웹 사이트 접속 기록과 할당 내역까지 알아야 검증 가능하지만 대개 통신사에서 이 정보를 가지고 있으므로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3) 하나로 통신 정적 IP를 가진 PC방을 이용한 경우: IP 주소와 웹 사이트 접속 기록과 손님 대장까지 체크해야 하는데 실제 사용자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검찰이 바보가 아닌 이상 3)번은 아닌것 같고 1) 혹은 2)번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그게 몇 명이 되었든 미네르바가 쓴 글이 발송된 마지막(혹은 최초) 지점은 박대성의 PC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7명이 IP를 공유했다는 신동아의 기사 내용을 인용한 머니투데이 기사를 보자.

K씨는 이에 대해 "멤버들과 IP주소를 공유했고 우리가 사용했던 IP는 2개"라며 "(박 씨가 같은 IP로 글을 올렸다는 주장과 관련해) 우리 멤버 중 현재 연락이 안 되는 한 사람이 박 씨를 시켜 글을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박 씨는 미네르바 7명의 그룹과는 무관한 인물이지만, 연락이 두절된 멤버를 통해 대신 글을 올리면서 IP도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IP를 공유한 과정에 대해서도 K씨는 상세하게 설명했다. K씨는 "IP주소는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고 IT분야에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알 것"이라며 "IP는 쓰지 않을 때는 잭을 빼놓고 다시 사용할 때 숫자가 변경되면 다시 맞췄다"고 말했다.  (미네르바 진위논란① "사용 IP공유·조작했다" 중)

한마디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단 IP 주소 조작이 가능하다는 말은 틀렸다. 통신사 내부에서 라우터를 해킹하는 수준이 아닌 이상 가능하지 않다. 치외법권 지역에 있는 해외 프록시 서버를 경유해 자신의 진짜 IP 주소의 위치를 숨기는 건 가능하지만,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특정 IP 주소 하나를 사용하는 것처럼 PC를 조작할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인터넷이란 네트웍이 가능하지 않다. 내 IP 주소를 제대로 보내지 않으면 응답하는 정보가 되돌아 오는 길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만약 중간에서 라우팅을 해킹할 수 있을 정도래야 가능한 일이다.

"숫자가 변경되면 다시 맞췄다"라는 건 동적 IP에서 변경이 있을 때 다시 진짜 번호로 받기 위해 여러번 재할당을 받았다는 이야기 같은데 어쨌든 한 컴퓨터로 여러명이 썼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 컴퓨터로 여러명이 동시에 쓰기 위해서는 PC에 프록시 서버를 설치하거나 원격 데스크톱 서버를 설치해서 원격에서도 이용이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PC 소유자 모르게 해킹툴을 깔지 않는 이상 쉽지는 않다.

K씨의 주장이 맞으려면 적어도 박대성이 7인 그룹과 관계가 있어 자신의 PC를 원격에서 사용하도록 빌려주어야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박대성이 자신의 그룹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K씨의 주장은 틀린 게 된다.

즉. 박대성이 미네르바 그룹에 PC와 아이디 명의만 빌려준 하수인 역할을 했었고, 자신들이 그 PC를 경유해 박대성의 아이디로 글을 올렸는데, 실제로 자기가 잡히자 그들의 유명세를 가로챌 목적으로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해야 진실에 가깝게 되는 것이다.

IT분야의 지식이 이런데서 굴러다니다니 한심한 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