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소위 '오픈 웹 소송' 고등법원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또 패소했다.

국내 공인 인증 서비스를 독과점하고 있는 금융 결제원에 대해 인증 서비스를 비 IE 사용자에게 거절하는 문제를 제기한 이 소송은 주체인 고려대 법대 김기창 교수님은 판결문 검토 후 대법원 상고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소송은 문제 해결의 부차적인 수단일 뿐 사회에 여론을 환기해서 스스로 교정되도록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의견을 가지고 계시고, 언론과 홈페이지를 통해 끊임없이 합리적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를 하고 계시다.

오픈웹 홈페이지는 패소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현재 웹 페이지 초기 화면을 "Closed Web"으로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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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항소심에서는 나 또한 법정 증인으로 진술서를 제출한 바 있고 많은 웹 전문가와 보안 전문가들이 교수님과 같이 수 년간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

최근에 김 교수님은 국내 대표 보안 업체인 안철수 연구소를 향해서도 비판을 시작하셨다. 이는 정부(KISA, 금감원), 금결원 등 인증기관, 은행 및 증권, 카드사, 보안 업체 할 것없이 누구나 같이 만든 합작품이고 이 중 가장 합리적인 의사 선택을 도와야 할 보안 업체 마저 사익을 위해 공익을 저해하는 소프트웨어를 계속 양산해 온 이유이다.

어제 웹 표준 프로젝트(WaSP) 국제 연락 담당그룹 메일링리스트에 최근 행정안전부가 웹 표준과 브라우저 호환성을 지켜 나가겠다는 행정안전부의 비 IE 브라우저 지원 기사 (영문 기사)를 회람하면서 한국 정부의 행동에 대해 좋은 소식이라는 의견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난 행동 없는 이런 선언이 별로 반갑지 않다. 이 기사가 나오게 한 전문가 회의에 수차례 참여해서 든 생각은 이미 이런 종류의 문제 제기 및 해결법은 오래 전 부터 있었고 다시 재탕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나와 국내 웹 표준 에반젤리스트들이 2003년 부터 지금까지 수 년간 국회와 정부 기관에 쫓아다니면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초기에 공개 SW 진흥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진흥원(KIPA)에서 데스크톱 리눅스 확산을 위해 비표준 웹 사이트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처음 시작해(2004-2005) 행정자치부의 공공기관 홈페이지 구축 가이드라인, 평가 가이드라인에 웹 표준을 넣는 작업을 했었다.

또한,  정보문화진흥원(KADO)에서 장애인을 위한 웹 접근성 문제를 시정하고자 웹 표준 담당자들과 다양한 가이드라인과 국가표준 제정(2005-2007)에도 신경을 썼다. KADO에서는 주기적으로 행사를 개최하여 가이드라인 적용에 힘쓰고 있고 장애인 차별금지법에 웹 표준 항목을 넣는 입법 활동까지 했다.

이번에 행안부에서 담당 사무관이 바뀌어서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이전  행정 자치부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이 잘 지켜졌다면 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전문가 회의라는 자리에는 여지 없이 웹표준 전문가와 보안 업체 담당자, 대형 공공 SI 업체 담당자와 행안부 공무원들이 참여했는데 옛날과 똑같은 토론을 계속 주고 받고 있었다. 문제는 충분한 보안 지식을 제공해야할 보안 업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기존의 레거시를 유지하면서 다른 웹 브라우저를 지원할 거냐하는 기술적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곪아 터지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외견상 상처만 치료할까만 골몰하고 있는 자리에 내가 함께 앉아 있다는 것이 공범이 되는 것 같아 부끄러울 정도였다.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왜 금융결제원을 못잡아 먹어 안달이냐고. 왜 안철수 연구소에게만 뭐라고 하냐고. 하지만 그들은 금융 서비스와 보안 서비스를 가진 사회적 책임을 가진 기업이다. 그들 같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사익을 위해 일하고 있을 때 우리 나라 웹 산업이 멍들어 가고 있다.

난 좌파(?)도 아니고 학교 다닐때 학생 운동을 한적도 없다. 하지만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한다. 이 문제는 전문가들이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동분 서주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실체가 있는 비 IE 사용자를 중심으로 시민 운동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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