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컨퍼런스, 여러 분야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짧고 영감있는 강연으로 풀어내는 무료 동영상과 자원 봉사자들의 자막 번역 덕분에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얼마전 부터는 EBS에서 TV 방영을 시작할 정도가 되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우후죽순 TEDx라는 이름을 단 모임과 행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TEDx는 TED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TED 강연 내용을 함께 시청하고 토론하는 자발적인 그룹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몇 년 사이에 자체 강연, 후원 및 TED의 행사와 유사 포맷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일단 여러 분야 사람들을 모으고, 아이디어와 생각을 함께 나눈다는 TEDx의 아이디어는 공감하고 지지한다. 나 스스로 바캠프서울의 파운더로서 사람들을 자발적인 공유의 장으로 이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바캠프서울을 시작할 2006년만 하더라도, 댓가 없이 자기가 가진 것을 공유하기 위해 사람들이 활발하게 모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퓨처캠프, 매쉬업캠프, UX캠프, 이그나이트 등 유사 포맷의 행사가 많이 늘어나서 매우 기쁜일이다.

특히, 작년 한해는 TEDx가 대유행을 하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해서, 각 지역별 TEDx까지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TEDx명동 이후 서울의 대학에서는 TEDx 이화, TEDx 연세, TEDx 서울,  TEDx 숙명 등 TEDx가 잇따라 열렸다. 대다수의 TEDx가 대학에서 열린 것을 보면 TED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뜨거움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기획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경북대 신문

TEDx건국대 홍보팀의 손슬기(커뮤니케이션학과 06학번)씨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 같은 지식공유 행사가 확산되는 이유에 대해 "요즘 대학 공부가 취직이나 스펙 쌓기 위주로 흐르면서 순수하게 지식을 공유하는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갈증이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서울 경제

TEDx의 긍정적인 측면을 애써 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에 대한 우려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TEDx행사가 인구 14억 중국은 33건, 1억3천 일본은 13건, 5천만 한국은 57번 열렸다. 한국인이 열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훈장 하나를 달기 위해 우후죽순 늘어나는건 아닐까. -TEDx(oo)를 준비하며 든 생각. @nina_hong

냉소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TED의 권위에 기대려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TED라는 명칭을 쓸 필요조차 없는 행사들이다. 무엇보다 TED에서 얻을 수 있는, 지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라인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 이름을 딴 TED행사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스펙업을 향한 대학생들의 치열한 노력을 보여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COOL LIFT

TEDx로 인기를 얻고 스펙을 키우고 수익을 내고 싶으싶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 순간 당신은 당신이 동의했던 TEDx가 지향하는 가치가 아닌 당신의 이익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iUXD

사실 대학생들이 TEDx를 자신의 스펙에 이용하던 안하던 그것은 큰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행사에 대한 본질을 조금씩 흩트리면서 다른 목적의 가진 행사도 보인다는 것이다.

 
TEDx를 단순 사용자 토론회가 아닌 강연회 수준으로 개최하려면 아주 복잡한 문제가 많다. 일단 TEDx 개최 라이센스를 얻는 것은 매우 쉽지만, 참가자에게 등록비를 받거나 후원을 얻거나 하려면 TED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100명 제한, 참가비 100달러 이내 제한)

또한, TEDx 강연은 필수적으로 무료로 유튜브에 올려야 하고, 강연자들에게 저작권 동의를 받을 뿐 아니라 강연에 사용된 PT나 행사 배경 음악, 상업적 저작물에 대한 이슈까지 고려해야 한다. 사실 TEDx가 TED에 의해 콘트롤 된다는 것이 TEDx 행사를 꺼리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이다. 난 사실 어떤 형태의 권위도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데,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도 TED라는 이름이 갖는 권위를 기대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TEDxYongsan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행사는 주최/주관에 대한 이슈 ,TED 약어 표기, 로고 변형 등 큰 문제를 안고 있는데, 거기다가 특정 단체가 번역한 책에 대한 강연이 포함되어 있고, 사전 등록시 아카데미 수강생까지 모집하고 있다.

내용이 이럴진데 참가비를 받는 것과 100명 이상으로 신청을 받는 것도 허락을 받았는지 의문이 든다. 이 문제를 트윗했을 때, 국내에서 TEDx를 주최한 라이센서 중 몇 사람은 등록비 수령이 허가가 필요치 않다는 이야기까지 하는 걸로 봐서 TEDx 국내 개최자들 중 FAQ를 심각하게 읽어 본 사람이 많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TEDx 공식 동영상에도 TEDxSeoul이 피처링 되어 있고, 전 세계 지도에도 유독 한국에만 두드러진 빨간 점이 이색적이다.


TED라는 훌륭한 상업 컨퍼런스와 이를 통해 만들어진 사용자의 공감의 장인 TEDx가 태평양을 넘어 다시 한국에서 탱자가 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드는 밤이다.

update. @changwoo님이 확인해 준 바에 의하면, "TEDx(Yongsan) 라이선스 없는 게 맞군요. upcoming event에 없길래 의심스러워서 메일로 물어 보니 1회 라이선스만 받고 리뉴얼 안 한 상태라는군요. 지금 해결 중이라는데, 한심.."

update. TEDxYongsan 오거나이저 분이 본 글에서 오해가 될만한 부분들을 대부분 댓글로 답변을 주셨습니다. 빠르고 명확한 처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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