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웹앱스콘 행사장에서 일이었다. 등록대에 앉아 있는데 어떤 분이 와서 항의를 하셨다. 요지는 "왜 이런 좋은 행사에 대형 업체들이 와서 리쿠르팅 활동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 분의 이야기는 안 그래도 작은 기업들이 살아남기 힘든데, 큰 기업들이 인재 싹쓸이를 하도록 돕는 것이 이런 컨퍼런스에서 있어서 되겠느냐고 하셨다.

나는 그 자리에서 후원 업체들이 리쿠르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컨퍼런스 홈페이지에 공지했다고 이해를 시켰지만, 속으로는 "좋은 회사로 사람들이 몰리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인재들이 좋은 기업에 들어가 멋진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컨퍼런스의 목적과도 부합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IT 개발자들이 막장 인생
지금은 약간 큰 기업에 있지만 10년 전에는 막 시작하는 인터넷 벤처 기업의 일반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만드는 서비스가 좀 유명해지면서(?) 본의 아니게 SI업을 경험해 보게 되었다.

우리는 SI 업체가 아니었지만 그냥 기존의 서비스 개발 경험을 통해 유명 S대기업의 포털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해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때 경험이 얼마나 진절머리 났는지 그 프로젝트를 끝으로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하청 구조를 가진 대형 SI 프로젝트에는 절대로 참여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소위 막장 인생인 곳은 바로 SI 현장 뿐이라고 본다. 다단계 SI 하청 구조와 인력 파견과 같은 막장의 현실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존재한다. 전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수 기술을 가진 제조 기업이나 건축 설계나 디자인 같은 멋있는 일도 존재하지만 공장 노동자나 막노동판 일꾼 같은 직종도 존재한다. (이런 일이 천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장이나 막노동도 숭고한 노동이기 때문이다.) 모든 개발 환경이 구글 처럼 혼자 쓰는 방에서 모니터 몇 개씩 놓고 알고리듬이나 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떠나고 싶으면 떠나자
우리 회사도 개발자들이 늘상 야근을 한다. 프로젝트가 몰릴 때면 거의 집에 못들어가기도 한다. 술자리에서 힘들다는 푸념도 많이 듣는다. 몇 년간 300명이 넘는 회사 개발자를 위한 채용, 교육, 문화 및 복지 제도를 담당하면서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보람되도록 회사가 자신들을 케어하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해 왔다. (최근 들어 그렇게들 믿기 시작하는 것 같다.)

우리 나라 대형 인터넷 기업에는 개발자들이 근무하기에 좋은 기업들이 많다. 또한, 작은 스타트업 기업이지만 정말 멋진 곳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문제는 막장 SI에서  탈출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김국현님은 이를 이상계로 떠나라고 표현 했다. SI 막장을 떠나고 싶으면 떠나야 한다. 그 막장의 문제는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90년대 말 각 대학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과가 '컴퓨터공학과'였다. 닷컴붐과 벤처 열풍이 가져다 준 수혜 중에 하나였다. 지금은 그 정반대이다. 좋은 기업이 더 많이 나오도록 SW 업계의 긍정적인 기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전반적인 상향 평준화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왜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현실 도피를 하라고 하느냐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좋은 회사로의 현실 도피가 가장 '현실적'이기 때문에 그렇다.